■ 제작사 : 니혼팔콤  ■ 기종 : PS3/PSN  ■ 가격 : 3,990엔 (세금포함)  ■ 언어 : 일본어  ■ 발매일 : 2012/12/13

12월 13일, 팔콤의 신작 아닌 신작(?) 영웅전설 하늘의 궤적 FC:改 (HD Edition) (이하, FC:改)가 일본 현지에서 발매되었다. 많은 게이머들 (심지어는 팔콤 골수 팬들조차)에게 철저하게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플레이를 추천하지는 않더라도 팔콤에서 이런것도 나왔다, 하는 정도의 소개는 해주고 싶다.

이번에 발매된 FC:改는 지난 2006년 발매된 하늘의 궤적 FC의 PSP판을 PS3에 맞게 리마스터링한 작품이다. (PSP판 역시 2004년 발매된 PC용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팔콤은 무려 8년에 걸쳐 같은 작품을 기종만 바꿔 2번 발매한 셈이다. 패키지 앞면에는 PC 이식작이 아닌, PSP 리마스터링 작품이라는 점을 표시해주고 있다. "3D 대응"이라는 표시도 눈에 띈다.

가격은 4,000엔 이하로 비교적 저렴하게 나왔는데, 일본 PSN에서 다운로드 형태로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가격이다.

 

패키지 뒷면이다. FC:改의 각종 특징이 적혀 있다. 자세히 살펴보자.

 

FC:改의 특징은 써있는대로 1) 고품질사운드로 전면교체  2) HD대응 고화질그래픽으로 업그레이드  3) PSP판과 세이브데이터 공유  4)고해상도 동영상  5)폰트가 선명해져서 읽기 쉬워졌다, 는 점을 들 수 있다. (없는 특징을 짜내서 쓴 것처럼 느껴지는건 기분탓인가..)

 

게임 내 추가 컨텐츠로, DRM 무제한의 CD 음질로 전 59곡을 통째로 수록한 <하늘의 궤적 FC 오리지널사운드트랙>과 스페셜 커스텀테마, 따끈따끈한 캘린더 일러스트를 제공한다. 또, 아래쪽에 시스템 사양을 보면 놀랍게도 1080p를 지원한다고 써있는데, 원작이 PSP판이다 보니 사실 1080p를 지원해줘도 실제 게임 화면에서 선명함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두꺼운 메뉴얼이 들어 있다. 요즘 구매한 타이틀마다 메뉴얼이랍시고 종이 한장 달랑 들어있는 것만 보다 보니, FC:改는 나름 정성이 느껴지는 메뉴얼이다. 프린팅도 마음에 든다.

 

실제 게임 화면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게임을 처음 구동하면 HDD에 게임데이터를 설치하는데, 용량이 무려 3291MB나 된다. 설치하는데 시간은 10~15분 정도 걸린다.

 

플스에서 이 로고를 보게 될 줄이야...

 

메인타이틀 화면은 심플하게 START와 LOAD로 구성되어 있다.

 

휴대용 게임을 콘솔로 이식해서 그런지 화면의 상하좌우가 약간씩 잘린다. 또한 이벤트 씬에서는 화면에 비해 대사창이 너무 큰 것이 눈에 거슬린다. 콘솔에 맞게 대사창을 좀 줄여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픽과 폰트 자체는 특징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굉장히 깔끔해졌다.

 

오프닝 무비도 콘솔에 맞게 다시 제작했다.

 

메뉴 화면. PC 및 PSP판과 완전히 동일한 구성이다.

 

전투 화면. 마찬가지로 PC 및 PSP판과 완전히 동일한 구성이다. 궤적 시리즈의 후속작 (제로의 궤적, 벽의 궤적)을 해봤던 게이머라면 전투 UI에 왠지 모를 밋밋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통상공격-아츠(마법공격)-크래프트의 전투 시스템 자체는 동일하니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오늘로 FC:改 발매 2주일이 지났지만,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못 얻고 있다. 그 이유를 몇가지 들자면..

1) 일단, 신작이 아닌 리마스터링 작품이라는 점. 이미 PC, PSP로 발매된 데다가 FC-SC합본(PC/PSP), FC-SC-TC합본(PC/PSP) 과 같은 각종 합본팩까지 고려한다면 정말 수도 없이 같은 내용을 우려먹은 셈이다. 미니게임이나 퀘스트의 추가도 전혀 없으며, PSP판 베이스라 트로피 대응도 아니다.

2) FC(First Chapter)만 발매되었다는 점. 영웅전설6 <하늘의 궤적>은 총 3부작(FC, SC, TC)인데, 그 중 첫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 FC이고, 이번 PS3으로는 이 FC만 이식되어 발매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장 2013년 4월에는 SC의 리마스터링 작품인 SC:改가 발매된다는 발표가 공식적으로 난 상황이다. TC:改도 큰 이변이 없다면 역시 발매될 것이고, 나중에는 3부작 합본판도 나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FC:改를 지금 당장 구입할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3) 팔콤 팬들을 이끌만한 특전판이 발매되지 않았다. 통상 발매되는 팔콤의 게임은 일반판 외에도 파우치, 인형, OST, 드라마CD 등 수집욕을 자극시키는 특전판이 항상 별도로 발매되었는데, 이번에는 단지 메뉴얼과 타이틀만 들어있는게 고작인 일반판만이 조용하게 발매되었다. 때문에 팔콤 팬들도 흥미를 크게 가지지 않았다.

4) 사실 이게 제일 큰데, FC:改 발매와 동시에 너무나도 강력한 팔콤의 신작 <섬의 궤적>이 개발중이라는 보도가 되어 모든 게이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마디로, FC:改는 그냥 묻힌 것이다. 뭐 어쨌든, "우리 팔콤이 달라졌어요"로 그 설명이 압축되는 팔콤의 차기작 <섬의 궤적>의 모습은 긴 설명 필요없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http://www.4gamer.net/games/197/G019735/20121214029/

 

하지만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번 FC:改가 갖는 의미를 나름대로 찾아보았다.

1) 비록 리마스터링이기는 하지만, 팔콤 최초의 PS3 타이틀이다. 이번작을 계기로 앞으로도 많은 PS3용 타이틀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섬의 궤적>도 PS3과 PSVITA로 동시 발매될 예정이다.

2) 소프트 내 특전의 퀄리티가 상당하다. 팔콤의 음악과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관심을 가질만 하다.

3) HD로의 이식이 상당히 깔끔하게 잘 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상하좌우 잘림 문제는 휴대용을 이식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고..) 심각한 이슈가 되었던 <제로의 궤적:에볼루션>의 프리징 같은 문제도 지금까지 플레이한 바로는 발생하지 않았다. 고화질의 큰 화면에서 이 게임을 즐기는 재미가 색다르다.

4) 당연한 이야기지만, FC는 최초의 <궤적> 시리즈라는 의미가 있다. <하늘의 궤적> 후속작인 <제로의 궤적>, <벽의 궤적>, <나유타의 궤적>까지도 모두 클리어했지만, 아직까지도 팔콤이 남겨놓은 스토리상의 떡밥은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다. 앞으로 계속 팔콤 게임을 즐길 게이머라면, <궤적> 시리즈의 세계관과 시대 상황을 짧고 강렬하게 압축해 놓은 이 FC를 복습해 둘 필요가 분명히 있다. (실제로 FC만 놓고 보면, 다른 시리즈에 비해 분량이 짧긴 하다.) 팔콤 특유의 깨알 유머와, 주인공들의 숨겨진 사연을 살펴보는 것도 <궤적>시리즈를 즐기는 큰 재미다.

아무튼 게임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친다. 올 연말은 FC:改로 달려야겠다.

Posted by DJ.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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